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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여행과 인생

 혼자 여행을 가서 가장 힘든 일은 숙소를 찾아가는 일이다. 처음 가보는 낯선 곳에서 가이드도 없이 혼자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어렵다.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66세에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다. 오래전 이집트의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였다. 택시를 탔는데 경찰이 다가와 택시 기사의 신분을 확인한 후 가지고 있던 노트에 무언가를 적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이어서 택시 기사에게 경찰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기사는 관광으로 오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이 기사의 신분을 확인한다고 대답했다. 그 뒤로는 택시를 타는 것이 무서워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타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런데 대중교통에도 문제는 있다. 적어둔 호스텔 주소를 버스 기사에게 보여주어도 엉뚱한 곳에 내려주는 일이 많다. 길에서 경찰관이니 행인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르거나 틀린 곳으로 가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힘든 때는 춥고 바람부는 밤에 나를 알 수 없는 곳에 내려 놓고 버스가 떠나는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행인도 없다. 배도 고프고 춥고 무섭다. 이럴 때는 차라리 강도라도 하나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호스텔에 도착하면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희열을 느낀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쳐들어 갔을 때 주민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을 잘 살게 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주민들이 말했다. 이 세상의 삶이 힘들면 힘들수록 저 세상의 삶이 더욱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모르냐고.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여행은 짧은 시간 경험한 인생일 수도 있다. 여행 중 힘들면 힘들수록 나중에 생각하면 더 즐겁고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오랜 세월이 지나 지금 생각해도 어렵게 했던 여행이 기억에 더 또렷하게 남는다. 서효원 / LA독자 마당 여행 인생 택시 기사 버스 기사 호스텔 주소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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